출혈경쟁에 ‘합병’ 카드 꺼내드는 로펌들…청년 변호사들 설 자리는 더 좁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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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업계의 출혈경쟁이 심화되면서, 로펌 사이에선 합병을 출구 전략으로 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법무법인 린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10위권 로펌으로 분류돼온 대륙아주와, ‘미니 김앤장’으로 불리며 입지를 다져온 린은 4월29일 결합을 통해 업계 8위 규모(매출액 기준)의 대형 로펌으로 자리 잡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통합 법인의 소속 변호사 수는 약 400명 규모가 된다.
이러한 흐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LKB와 평산이 합병해 ‘LKB평산’이라는 새 간판을 내걸었고, 시사저널 취재 결과 올해 들어서는 LKB평산과 법무법인 정세의 추가 합병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LKB평산 소속 한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얘기가 오가고 있는 건 맞다”고 했다.
서초동의 지각 구조가 변동하는 배경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변호사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사건 단가는 정체되고, 대형 자문 시장은 상위권 로펌으로 쏠리는 흐름이 굳어지면서 중위권 로펌이 단독으로 활로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 에 따라 인력과 고객, 전문 분야를 한꺼번에 키울 수 있는 합병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로 떠올랐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로펌들이 몸집을 키우려는 또 다른 이유는 ‘간판’에 있다. 대기업 가운데는 자문·송무 로펌을 상위 몇 개 안에서만 선임하도록 내부 지침을 둔 곳이 적지 않다. 규모 자체가 영업력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10대 대형 로펌의 한 파트너변호사는 “일부 기업 법무팀에 ‘6대 로펌’ 밖이 무슨 대형이냐고 하는 분들도 있다”며 “합병 이후에는 그런 클라이언트도 한결 뚫기가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합병이 단시간에 마무리되는 사례는 드물다. LKB평산 관계자는 “지난해 평산과 합칠 때도 1년 가까이 걸렸고, 그 전에는 1년 넘게 협의하다 엎어진 적이 있다”고 전했다. 대륙아주가 린을 흡수하는 과정 역시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직원 처우를 맞추고 진행 중인 사건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이해관계를 좁히는 일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통합 법인의 이름을 어떻게 정할지를 두고 기싸움이 벌어지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합병 과정에서 가장 민감한 쟁점은 양측 변호사들의 업역(業域) 중복이다. 같은 분야를 맡는 변호사가 겹치면 합병 이후 일감 배분을 두고 내부 충돌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대륙아주-린 측은 발표에 앞서 양 사의 의뢰인 명단을 토대로 업역 중복 여부를 검토한 뒤, 큰 충돌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합병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실사’ 수준의 사전 정리를 끝낸 셈이다.
반면 과거 로펌 간 합병 사례 가운데는 조직 문화와 지분 구조, 운영 방식의 차이를 끝내 좁히지 못하고 결별로 귀결된 경우도 적지 않다. 외형상 통합을 마친 뒤에도 출신 로펌에 따라 사건 배분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갈등이 남는 일이 흔하다는 것이 법조인들의 설명이다. 결국 외형적 결합 단계를 넘어 인사·보상 체계와 조직 문화까지 하나로 녹여내는 이른바 ‘화학적 통합’을 이뤄내는 것이, 합병 이후 구성원들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출처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372747
